최초의 운전면허 시험

 1918 년 이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운전수가 귀해 운전을 혼자 배웠거나 운전수 양성소에 들어가 배운 다음 졸업장인 운전수 감찰증만 있으면 자동차를 몰고 다닐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까지 조선 땅에는 운전학원이 서울에 '오리이상회'라는 운수업체가 세운 경성 운전수양성소' 한 곳밖에 없었다.

 그러나 120여원이나 되는 비싼 학원 비용 때문에 한국인보다는 일본인 들이 많았으며 실제 운전자들도 일본이나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판을 쳤다. 이당시 자동차가 급속도로 늘어나 전국에 212대, 서울에만 80여 대가 굴러다녔다.

 그런데 빠른 속도와 미숙한 운전 게다가 무질서 때문에 자동차들이 기물을 파손하거나 사람을 살상하는 사고들을 자주 일으켜 주무관청인 경찰이 수수방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런 자동차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 운전수 면허시험제도를 만들어 이해 4월부터 실시했으며 이에 대해 당시 신문의 기사면에 실린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자동차가 시시각각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물 파손과 인명을 살상하는 불상사가 연일 발생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년부터 자동차를 운전하고자 하는 자는 운전수 자격을 부여하는 운전면허시험을 각 도의 경찰서에서 시행한 후에 합격한 자만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한다 하니 이제 자동차 운전수 되기는 심히 어려워질 지경 이라더라.

 면허 시험 응시자격은 우선 운전수양성소를 졸업해야 하고 만 21세 이상, 신체에 결함이 없고 소학교 졸업이상이라야 했다. 시험은 각 도 경찰서에서 치루 는데 학과와 실기시험 두 가지를 보았다. 학과시험은 미국 것을 번역해 사용하였고 각 운전장치들의 이름과 주요 구동장치들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실기시험은 전후진법, 정지법, S와 T코스를 5분만에 끝내기, 타이어 교환, 주유법, 라디에이터에 물 주입하기 등이 있었다. 두 과목 다 100점 만점에 75점이상 받아야 하고 양 과목 중 한과목이 불합격이면 전체가 불합격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시험은 1921년까지 매년 한번씩만 치뤘는데, 첫해에는 서울의 용산에 있던 육군연병장에서 치뤘고 다음해부터 각도별로 시험을 보았다고 한다. 시험용 자동차는 당시 영업용으로 많이 사용하던 포T형을 이용했다.

 이전까지 운전수양성소에서 주던 운전수 감찰증은 시험지만큼이나 커서 휴대하기 불편해 액자에 넣어 안방 벽에다 걸어놓는 운전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면허시험제도가 시행되던 해부터는 시험에 합격하면 경찰서에서 본인의 사진이 붙은 소형 면허증을 발급하여 항상 가지고 다니도록 의무화시켰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면허시험에 합격했다 하면 마치 과거에 급제한 것 같이 집안의 큰 경사였고 면허증은 집안의 가보로 취급하여 대대로 물려주던 집안이 많았다. 한번 딴 면허증의 유효기간은 5년이었고 기간이 끝나면 실기시험만 치루고 재교부하였다.

 한편 세계 최초의 운전면허시험은 1893년 3월 프랑스의 파리경찰이 실시했다. 출발 정지커브만 돌 줄 알면 카드를 발급했는데, 가지고 다닐 수 없는 액자크기의 면허증이었다. 운전면허 제1호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 회사를 세운 마담 사라쟁의 남편인 에밀 루바쏘였다.